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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9 게임음악의 로망 MT32 의 추억 14
posted by 포스힐러 2015. 2. 1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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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게임음악에 빠져든건, 고등학교때 게임음악을 좋아하는 한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전까지는 그냥 게임하다 좋은 음악 나오면 아... 이 음악 좋은데? 하고 넘어가던것을.. 그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그런 음악들을 직접 모을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던것이다.


당시 그 친구는 롤랜드사의 사운드캔버스(SC-55)라는 미디모듈을 가지고 있었다. 그당시 고등학생이 보유할정도의 장비가 아닌 고가의 아이템이었는데, 한번 그 모듈을 통해 흘러나오는 게임음악을 듣고서 적쟎은 충격을 받았다. 아니... 이게... 이게 게임음악이라고???





짧지만 너무나 경쾌한 인트로





필자에게 컬쳐쇼크를 선사해준 원숭이섬의 비밀2탄 오프닝... 원숭이들이 나와서 까불면서 춤추고 그 움직임에 기가막히게 맞춘 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프닝을 보던 그때의 전율..다시들어도 다시들어도 이건 항상 최고를 외치고 싶다.




그후부터 한번 높아진 필자의 귀는 내려올줄을 몰랐다. 애드립카드를 처음 연결해보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색을 들으며 느꼈던 황홀감이 이제는 더이상 필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고나 할까..


PC의 DOS상에서 게임을 즐겼던 이들은 알것이다. 게임을 즐기기전 맨먼저 찾아보는 SETUP.COM 파일...

게임을 즐기기에 앞서 VIDEO카드와 음악카드를 세팅해주지 않으면 게임의 첫인상을 버리기에.. 아무리 신작게임을 입수했다고 해도 가장 먼저 실행해야했던 셋업과정...

그 셋업과정에서 단골로 물어보던 사운드옵션이 있다.

1) No MUSIC

2) PC SPEAKER

3) ADLIB

4) SOUND BLASTER

5) Roland MT32, CM32L (M I D I)


이중에 대부분은 3번, 약간 돈좀 있게 컴퓨터 구성을 한 사람은 4번을 고르는게 일반적인 상황인데.. 항상 5번의 옵션은 대체 무엇에 쓰이는 옵션인지 예전엔 그냥 무심코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런데... 친구가 생소한 옵션을 선택하면서부터... 필자가 컬쳐쇼크를 받은날부터...

필자는 자나깨나 미디모듈을 구해야겠다!! 라는 생각밖엔 없었다.

꿈에서 몇번이나 미디모듈을 구하는 꿈을 꾸었는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오매불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학생의 신분으로.. 뭔돈이 있어 거금을 들여 미디모듈을 구하겠는가..

그저 그림의 떡으로만 생각하고 있다가 ... 역시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우연한 기회로 미국 이민가신 큰이모댁에 방학기간에 가게되면서 필자는 믿을수없는 희열을 경험하게 되었으니...

캘리포니아주의 SWAPMEET (일종의 벼룩시장)에 이모부와 함께 놀러갔다가 어떤 백인아저씨가 이 MT32를 내놓고 팔고 있는것을 보게된것이다. 


떨리는 가슴을 부둥켜 안고 물어보았다.

"HOW MUCH IS IT?"

"Oh, do you know this module?"

그랬다. 비쩍 마른(지금은 약간..다이어트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당시는 그랬다. 당시는...--;) 동양의 어린 학생이 이런 기기를 알아본다는게 사실 당시로서는 쉽게 볼수 있는 일은 아니었으리라 생각된다.

"It's just 100 dollar! you are lucky boy!'

순간 필자는 두 귀를 의심했다. 100달러? 이게 100달러라구?

그럴만도 했던것이... 당시의 달러 환율은 100불이 8만원 가던 시절이었기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중고가격으로도 5~60만원을 호가하는 미디모듈이 지금 내 앞에서 단돈 8만원에 "나 사가주슈~" 하고 부르고 있는데 순간 말문이 막히고 심장이 쿵쾅거리는걸 옆에 계시던 이모부가 잽싸게 눈치 채셨다.


"잠깐, 이거 이모부가 거래해줄께, 너 이거 꼭 필요한거니?"

이모부의 질문이 떨어지기도 전에 바로 내 대답은 튀어나왔다. 

"네! 이거 바로 살래요. 꼭요!"

한시가 급했다. 이사람 마음이 변하기 전에, 다른사람이 이 명기를 알아보고 먼저 채가기 전에 난 이 대박난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알았다. 나한테 맡겨라."

너무 오래전일이라 그때 이모부께서 윙크를 한번 하셨던지 안하셨는지는 지금와서 기억할수 없으나, 자신만만하신 이모부의 등이 무척이나 커보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모부는 정작 그 백인아저씨와 물건 이야기는 안하고 농담만 하시는거였다. 

날씨가 오늘 좀 덥다느니, 어떤일 하는 사람이냐, 뮤지션이냐.. 뭐 이런 이야기들 하며 서로를 소개하고 농담하며 키득거리며 한참을 이야기하시는데...

아... 정말 속이 탔다. 아니 가격대로 돈주고 사면 되는데 왜저리 시간을 끄시는거지?


한술 더뜬 상황은 그때 터졌다.


"이거 가격좀 깎아주시오" (물론,,영어로 대화하신것이다. ㅎㅎ)

"엥? 뭔소리요. 이 가격에 이 물건을 준다는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긴데.. 그럼 안팔겠소"


헉...

필자는 억장이 무너졌다. 아니... 8만원에 사는것도 감지덕진데 왜 그걸 깎으시려고 하는지... 아... 이모부.. 그 기계는 그리 깎아서 살 물건이 아니란말이에요! ㅠㅠ  목구멍까지 말이 나오는걸 꾹 참고 있는데..


"이봐요, 옆에 이 아이는 내 조카요. 멀리 한국에서부터 왔는데.."

"그래서요. 그게 무슨 관계요?"

"바로 당신의 이 물건을 사러 비행기까지 타고 온거란 말이요. 이정도 정성이면 당신이 좀 인정해주시구려. ㅎㅎ"


참으로... 어이없는 이야기였다. 아니.. 이런 말도 안되는 억지가.....

"음... 이건 정말 안되는건데... OK! 좋소 반만 내시오. 50불! 더는 안되요 ㅎㅎ"


통했다... 통해버렸다.  이모부는 그제서야 잽싸게 50불을 주라고 내게 이야기하셨고, 나는 태어나서 가장 잽싼 손놀림으로 지갑에 든 지폐를 세서 그 백인아저씨에게 지불했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MT-32 모듈이다. 

그러다보니... 이 모듈을 한국에 가지고 와서 컴퓨터에 연결하고 처음 게임을 실행시켰을때의 그 감격이란...

필자가 사는동안 몇번이나 더 겪을수 있을까 싶을정도의 행복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서론이 너무 길었는데... 그런 사연이 있는 곡들이란걸 알고 듣는다면 좀더 의미있고 즐겁게 들어볼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금 나오는 게임음악들이야 훨씬 더 뛰어난 모듈들을 통해 제작된 곡들이라, 음색이나 스케일은 그당시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퀄리티가 향상되었지만...

필자는...

여전히 당시의 MT32를 연결하고 스피커에서 나오던 그 음색이 더 좋다. 아마도 평생 바뀌진 않을것 같다..


그렇게 필자가 좋아하는 MT32음원을

이 블로그의 프리미엄게스트이신 xexex님이 친히 녹음해주셔서 요샌 MP3로 듣고 있는데,

바로 그 곡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다시한번 xexex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면서... ^^

자... 향수에 빠져보시길...




실피드... 당시로 이정도 퀄리티가 나오는 음악이 어찌 존재할수 있을까 감탄했던 명곡들이다.

특히 스테이지1번곡... 너무도 경쾌하다. 오프닝에서 그리도 장중하게 분위기잡더니 막상 게임에 들어가니 이런 경쾌함을 주는 곡이라니! 정말이지 너무 신선하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여전히 지금들어도 마음이 밝아지는 이런곡.. 너무 좋다.



모바일에서 들을땐 1번-오프닝곡밖에 안나옵니다. 스테이지1번곡은 PC로 들으시길...







최초로 나온 PC판에서는 미디음원 아니면 음악을 아예 들을수 없었던 프린세스메이커 1탄...(나중엔 만트라소프트에서 세계최초(?)로 ADLIB판을 만들어서 애드립으로도 음원을 들으며 플레이할수 있었지만... 이미 즐겨볼 사람은 다 즐겨본 상황에 너무 늦게 나온터라... 음악이 있는줄도 모르고 플레이한 사람이 더 많다. 필자도 그냥 아.. 애드립은 이런 느낌이네? 하고 끝났던 비운의 역사가 있다.)

다른친구들은 이거 플레이하면서 무음으로 듣고 있는데 필자는 당당히 음악 들으며 플레이하고 있을때의 그 뿌듯함이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 ㅎㅎ



원음인 MT32 판은... 저작권문제인지 티스토리에서 음원 재생이 안되어 리파인판으로 올립니다. 





스페이스퀘스트3... 게임을 플레이해보진 않았으나.. 당시 PC통신 하이텔 시절.. 미디음악 동아리에 한분이 이 BGM을 mid파일로 올리셔서 케이크워크를 통해 MT32음원으로 들었기에 음악만큼은 너무나 친숙하게 많이 들었다. 묘하게 반복되는 신비한 분위기때문에, 대체 이 음악이 어느게임에서 나오는 음악인지 한참 찾았던 기억이 난다. 이 음원은 게임에서 나오던 오리지널 음원과 약간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향수를 느끼기엔 충분한 음색이다.







MSX2,9801등 타기종으로 나온것보다 PC판 덱스터2-파이어호크가 좋은것 딱하나 있다.

바로 미디음원의 BGM을 가지고 있다는것!

게임은 정말... MSX판을 해본 사람이라면.. 집어던지고 싶을정도의 이식률인데... 음악만큼은... 역시... 좋은 기기를 쓰는 PC에 어쩔수가 없다. ㅋ

월광소나타, 오프닝.. 다 좋지만... 필자는 가장 좋아하는 곡이 미션1이다. 처음 미디 연결하고 허겁지겁 테스트해본 게임중에... 이 파이어호크의 미션1 음악 듣고선 얼마나 좋았는지... 




미디 사고 연결하여 들으며 뿌듯함 느꼈던 게임중 하나인 젤리아드...

이건... 원체 애드립버전도 뛰어났기에... 감흥이 아주 확 다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훌륭한 BGM을 보유하고 있다. 

이 게임의 MT32음원은 


젤리아드 - adlib card 잘 샀다고 생각하게 해준 게임

이 블로그에 이미 필자가 포스팅해둔것이 있으므로 그것을 들어보길 바란다. ^^;


그외... Rise of dragon, Kings Quest6, 폭스레인저 등등.. 미디를 지원하는 게임들이면 어렵게라도 구해서 미디음원을 들어보던때가 아련하다.

행복한 추억은 이래서 좋은것 같다. 상상하는것만으로도 이렇게 공짜로 엔돌핀이 솟아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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