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짱 누구야?
필자가 중학시절.. 이 대사는 일진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게임좀 한다는 고수가 있다면 자웅을 겨루는 것이 인지상정!
그런 사나이의 낭만이 있던 시절 어느 학교 교실의 풍경으로, 그당시 오락실에서 대유행하던 스타디움 히어로 (그러나... 아무도 그런이름으로 부르지않았다. 그냥 신야구, 4코인 야구, 데코야구, 마구타자 야구로 더 많이 통했다)의 고수들이 각 반의 최고 고수를 찾아다니며 도장깨기식으로 반깨기(?)를 시도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었다.
필자는 전자오락용 야구게임에 있어서는 이 스타디움 히어로가 나오기 전과 후로 구분할정도로 대단히 큰 획을 그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전의 야구게임들은
이런 아타리게임의 픽토그램을 벗어나지 못한 수준의 야구게임이 대부분이었다.
픽토그램 수준의 선수에 두 눈을 찍어주고 약간의 캐릭터성을 부여한 코나미 베이스볼을 보면서, 그리고 타자의 모자와 언더셔츠 그리고 배트 색상, 무려 3가지 색상을 써서 표현한것에 놀라던 때였다.
물론 오락실에는
세가가 라이센스한 참피온 베이스볼 이라는 화려한(?) 야구게임이 있었다.
팀을 고를때 딴따딴따딴따 따라라 딴따딴따딴따 따라라 띠리리리리리리... 하는 음악..(이거 상당히 표현에 신경쓴 의성어인데... 아는이는 기억할 음악이다.)이 나오는... 그 야구게임..
하지만, 게이머가 할수 있는건 공격일땐 오로지 타격과 약간의 주루플레이, 수비일땐 투수가 던진후 좌우로 휠수 있는 조종권밖에는 없었으며, 공을 잡는 수비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해주고 공을 잡은후 어떤 베이스로 던질지만 결정하면 되는 방식이었기때문에, 실제로 야구를 한다는 느낌은 상당히 떨어졌다.
필자가 매우 재미있게 즐겼던 카시오의 열전갑자원 (MSX) 이라는 야구에서 공이 좌우뿐만 아니라 상하도 조절할수 있다는 개념을 들고나오면서 야구는 좀더 플레이어가 조작할수 있는 범위가 늘어났는데, 리드를 한껏 할수 있어서 1루만 나가면 무조건 리드 많이 해서 도루로 2루 배치해둘수 있었고, 반대로 컴퓨터가 리드를 많이 하면 견제구로 잡아내는 쏠쏠한 재미, 그리고 히트앤런이 가능했으며 더블스틸등, 나름 여러 작전을 시도해볼수 있는 재미가 있어 그당시까지 나온 콘솔게임중에는 가장 재미있다고 꼽는 야구가 있었으나... 아직도 야구의 묘미를 즐기는데는 무언가 아쉬웠다.
그러다가 1988년 덜컥하고 나온 바로 이 게임 데이터이스트사 희대의 명작이 튀어나오면서 그때까지의 모든 야구게임은 일순간 잊혀지게 된다.
화면을 가득채우는 투수와 타자의 크기에서 나오는 박력!, 그리고 타격을 못해도 죽어라고 달리기 버튼을 연타하면 빠르게 뛰어가서 세이프가 될때의 그 짜릿함. 자유자재의 런앤히트, 더블스틸, 수비시 직접 달리기 버튼을 연타하여 수비수를 조작해야하는 조작감에서 오는 만족감과
무엇보다도
바로 이것! 특수선수들이 뿜어대는 막강한 능력들...
만화는 만화다운 상상력이 있어야 진정한 만화라 생각하며, 게임은 현실에서 경험할수 없는 그런 세계를 대신 이룰수 있게 하는 면이 있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면에서 너무나 현실적으로 모든것을 맞추려 하고 현실적인 논리사고에 맞추어 게임이나 만화를 만들어가려는 경향이 짙은 작품들을 볼때마다
"저럴거면 그냥 실제 배우 써서 실사로 만들지..." 하는 푸념이 나오는데...
이역시 필자 개인적인 사견일뿐... 그렇게 실사처럼 만드는데 수고와 노력을 들이는 분들을 비하하려함은 아니니 너무 깊게 생각진 말아주시기 바란다.
좌우간, 이 특수선수의 배경에 불길이 확 일어나며 던져지는 마구들...
최초 이 게임을 시작했을땐 이 마구에 끌려서 투수만 두명 골랐던 적도 있었다. 그만큼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타자가 손도못대는 마구를 뿌려댄다는것은 플레이어에겐 축복이었으며 쾌감이었다.
시간을 얼마를 두고 플레이해도 상관없었던 가정용 콘솔게임의 야구와는 달리, 오락실의 야구게임은, 1코인 넣고 세월아 네월아 플레이하는 손님이 있으면 업장주인의 주름살이 하나 더 늘기때문에, 오락실의 야구는 보통, 1회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상대팀의 점수보다 뒤지고 있으면 게임오버 되는 방식을 쓰던가, 그게 아니면, 시간제를 썼는데, 이 스타디움히어로는 시간제로 플레이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이 시간은 가만히 놓아두어도 줄어들지만, 타자 아웃이 되면 급격히 줄고, 그대신 안타를 때리거나 점수를 내면 도리어 시간이 늘어나는 특이한 방식인지라.. 고수들은 주로 후공을 선택한 후 컴퓨터팀에게 계속 데드볼을 던져서 밀어내기로 최대한 빠르게 한 10점이상 준 이후에 빠르게 삼자범퇴시키고, 말공격으로 들어가서 번트와 주루플레이, 그리고 강타자시 주자 일소 홈런 등으로 시간을 늘려서 9회까지 1코인으로 끌고가는 경우도 심심챦게 볼수 있었다. 필자도 5회까진 가볍게 끌고가곤 했는데, 그 이상 끌고가려면 운이 어느정도 필요해야했다.
그러다가 결국 시간이 다 가면 위와같이 특수선수를 선택할수 있는 화면이 뜨면서, 돈을 더 넣고 콘티뉴를 할때 특수선수를 하나 고를수 있게 선물로 주곤 했는데,
이때 고르는 선수들이 투수는 마구투수, 타자는 막강한 타격력을 가진 강타자들이었다. (다들 그냥 마구선수 라고 했다. 아무도 스페셜멤버라는 단어는 쓰지않았던걸로 기억한다.)
마구투수들은 화려한 이펙트와 처음보면 반하는 그런 마구 구종을 갖고 있긴 하나... 한타자는 완벽히 잡으나, 그다음부터는 불이 화라락 일어나며 던져도 타이밍만 맞추면 얼마든 홈런도 뽑아낼수 있었기때문에, 가성비가 좋지않았고, 어느정도 게임을 해본이들은 무조건 타자만 선택하는것을 기본 소양으로 익히게 되었다.
처음부터 4코인을 넣고 하면 시간제한없이 9회까지 갈수 있어 9회말 야구, 4코인 야구, 4백원 야구 등으로 불리우기도 했었는데, 친구들끼리 2인대전을 하면, 2명의 특수선수를 처음부터 골라 쓸수 있었고, 처음 고르는 그 마구타자들을 누굴 고르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에 막대한 영향이 끼쳐지곤 했다.
특수타자중 서로 고르려고 했던 타자는
일명 슈퍼뚱땡이, 타율이 499라 해서 499로 불리우는 루스 (실제 베이브루스를 모델로 삼았다고 함)와
흑인으로서, 타율이 482라서 482라 불리웠던 오즈마 라는 타자였다.
둘중에서도 0순위가 루스, 1순위가 오즈마였기때문에 최초 누가 먼저 레버를 놀려서 루스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기도 했다.
왜냐면... 뚱뚱함에도 불구하고 발이 빨라서 범타를 치고 1루 나가면 무조건 2루는 스틸로 먹고들어갈수 있는 선수인데다 뚱뚱하다보니 수비때 볼을 잡는 판정이 남들보다 넓고 좋아서 루스를 3루에 배치시키면 번트로는 절대 살아나갈수 없는 철벽의 수비를 확보할수 있었기때문이었다. 귀한 좌타자인건 덤...
물론, 조금 빗맞아도 담장을 넘기는 무시무시한 타격력은 마구타자들 기본이기에 이건 얘기할 필요도 없다.
482도 일명 빨랫줄이라고... 타격하면 홈런이면 빨랫줄같이 쭉 뻗어나가 장외가 되고 안타면 이 공을 잡으려던 수비는 맞고 기절을 할정도로 강력한 타격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루스와 같이 발이 빨랐기에 아쉽게 루스를 놓치면 그다음으로 이 선수를 고르곤 했다. 역시 귀한 좌타자..
그다음 나머지 선수들은 다 고만고만했는데
필자는 이상하게도 남들이 다들 좋다고 쓰는건 외려 호기심이 떨어져 잘 안고르는 경향이 있다보니, 뉴페이스를 찾게 되었고, 그러다가 고르게된게 474 잇테츠라는 선수였다.
일단, 시건방지게도 예고홈런을 표시하며 나오는 그 배짱이 끌렸고, 친구와 함께 일부러 공을 흘려놓고 수비로 루스나 오즈마를 잇테츠가 있는 동일한 루상 위치에 가져다 놓은후 동시에 연타를 시작해서 뛰는 속도를 책정해본 결과 오즈마와 루스와 동일한 발빠르기를 가지고 있는것을 확인한 후부터 필자는 1순위가 오즈마가 아닌 잇테츠가 되었다. (이정도 노력을 들여 테스트해본 사람이 아마 많진 않았을것으로 안다. ㅋ)
그런데 이 잇테츠가...
아는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이 짤방에 나온 저 아버지인것을 알게된건 최근의 일이었다.
일본의 국민야구만화로 알려진 거인의 별에 나오는 주인공 호시 휴마의 아버지인 호시 잇테츠.. 그 역시 자이언츠팀의 3루수 출신이었다는 설정인데...
내가 좋아한 타자가 이 폭력가장 모델이었다니... ㅋ
특수타자인 하나가타 역시 거인의 별에 나오는 호시 휴마의 라이벌타자... 인상적인 머리카락으로 게임 초반에는 쓰는이가 종종 있었으나... 발이 느린데다 흔한 우타자라서.. 효용성이 떨어졌다.
암튼... 이게임에 나오는 선수중 다수가 거인의 별에서 따온 선수가 많았단걸 알고 거인의 별 만화를 찾아보았었는데...
음... 역시 옛날 만화는 옛날만화라... 계속 보는건 포기..
친구와 게임을 하다가 이렇게 시원스럽게 홈런이라도 나오면...
짜증내는 친구를 옆에 두고 왜그리도 통쾌했는지... (물론... 반대로 홈런을 맞을때는 그 몇배의 굴욕을 맛봐야했다 -_- )
화면을 시원스럽게 꽉차게 쓰는 야구게임의 힌트는.. 가정용 컴퓨터였던 애플II 의 하드볼이라는 야구게임에서 영향을 받지않았나 싶다. 참고로 이게임은... 공격할때보다 수비할때 투수 조작하는 재미가 더 있었던 게임인데, 스타디움 히어로에서도 투수를 하면 타자가 휘두를때 뚝떨어지는 너클볼을 던질수 있었다. 던지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게도 레버를 위로 하고 던지면 되는데, 2인용을 하게되면 자연 나란히 앉아서 플레이하게 되는지라 맘만먹으면 상대방이 너클볼을 던지는지 아닌지 알수 있었는데, 이것을 곁눈질로 보고 휘두르지 않는 비매너플레이어와는 다시 게임을 하지 않았다. 그당시는 나름 그런 낭만적인 불문율이 있었던것이다.
언제 봐도 가슴이 뛰는 팀선택화면...
필자에게 처음 이게임을 가르쳐줬던 친구는 이화면 나오자마자 무조건 T팀을 골랐다.
이 T팀은 한신타이거즈를 모델로 한 팀인데, 다른팀들에 비해 밸런스파괴수준의 선수들이 배치되어있어서, 이게임을 제작한 사람들이 한신타이거즈의 광팬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거기에 비해 G팀은 당연 롯데자이언츠를 모델로 한 팀인데... 한신 타이거즈를 우승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애물로 생각한것인지 수비에서 매우 중요한 중견수를 뚱뚱한 3번으로 배치해놓는 교묘한 디스를 해놓는 바람에 전력을 상당히 깎아버리는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친구가 주로 T팀을 골랐기때문에 필자는 타도 T팀을 외치며 꺾을수 있는 팀을 찾아 이팀 저팀 해보며 연구를 하기에 이르렀는데...T팀에는 못미치지만 공격력이 막강한 D팀, 디스를 당했지만 에이스급 투수가 둘이나 있는 G팀으로 종종 T팀을 고른 친구를 이기곤 했다.
워낙 연구를 많이 했기에, 몇번에 발빠른 누구를 배치하면 3루수가 되고 중견수는 몇번을 누구로 교체해야하고 이런것을 다 외운 '데이터야구'를 구사한 필자도 어느덧 나름 고수의 반열에 들고 있었는데... 나중엔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면 친구에게 T팀, 루스, 오즈마 다 주고도 콜드게임승으로 빨리 끝내지 않기 위해 봐주며 플레이를 할정도로 콧대가 높아질대로 높아졌었다.
그런데... 청출어람이라던가... 내가 가볍게 그리 눌러줬던 동생 하나가 절치부심 칼을 갈고 나의 데이터 야구를 배워 더욱 갈고 닦아 내게 도전장을 냈으니...
T팀도 아닌, C팀으로 도전을 해왔다. 필자는 속으로 코웃음 치면서... 이런 허접한 팀으로 무슨 ...
하는 가벼운 마음에 게임을 했다가 연전연패하고 말았다.
물론... 루스와 오즈마를 주긴했지만.. 그래도 .. 그래도 C팀에게 처참하게 깨지다니...
C팀은 원래 3번외엔 좋은 타자가 없는 팀이다.
1번이 우타자인데 키다리에 루즈나 오즈마와 맞먹는 빠른발을 가지고 있어 타석의 맨위에서 1시방향번트를 대고 있으면 무조건 번트가 쳐지고 3루수에 루스가 배치되지않는한은 무조건 1루로 살아나가는 경이로운 출루머신인데다가 내가 양보한 루스를 3루수에 배치시켜 내 번트는 철저하게 아웃시키고 출루를 막으면서 좌투수로 공략을 해대니...
큰점수가 나지는 않으나 가랑비에 옷젖어 지는 상황이 계속 나오면서...
아.. 이제 나의 세대는 끝났구나 싶어 그이후 은퇴(?)를 했는데..
세월이 흘러 마메(mame) 라는 고마운 게임기 에뮬레이터가 나오면서 옛날 오락실에서 했던 게임들을 하나둘씩 플레이할수 있게 되자, 가장 고대했던 게임이 바로 또 이 스타디움 히어로였다.
그러나...
현재 마메의 스타디움 히어로 롬셋은 ...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채 롬셋으로 릴리즈되다보니...
필자는 실망하여 잘 안하게 되는 상황이다.
딱히 게임화면이 깨진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참 특이하게도 일명 홈런 버그라고... 홈런이 너무 잘나온다는것...
이것은 필자가 몇년전까지 이 스타디움 히어로 기판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직접 비교해본 결과인지라.. 상당한 진실성이 있는데다가, 필자와 같은 느낌을 받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기에 하는 말이다.
타 야구 게임에 비해 홈런이 잘나오는 게임은 맞지만, 아무리 그래도 루스나 오즈마가 나오면 무조건 홈런을 쳐내진 못했는데, 이건 뭐... 루스 오즈마 말고도 팀의 3,4번들이면 마구타자 무색하게 홈런을 펑펑 날리니...
참으로... 오랜만에 레전드 게임을 이야기하다보니 별 사족이 길어진것같다.
각설하고... 이게임의 배경음악은.. 게임을 하면서 별 신경 안쓴사람들은 이렇게 따로 떼어 들어본다면 상당히 놀랄지도 모르겠다. 음악의 멜로디 수준이 상당히 높은데다가 중독성도 강하여 한번 들으면 그날 내내 머릿속에 이 음악들이 돌아다니는 현상을 겪을수 있을것이다.
아주 오랜... 정겨운 향수를 느껴보시길..
<보너스 모음>
친구와의 치열하고도 거친 싸움(!)을 끝마치고 이 그림을 볼때면.. 왠지 서운할때가 많았다.
믿기지않겠지만, 아.. 한판더해? 이러면서 뒤를 돌아보면 따가운 눈초리로 기다리던 뒤의 대기자들때문에 자리를 비켜줘야했던 때가 있었다.
예고홈런 삼형제. 잇테츠와 함께 예고홈런을 기세좋게 내세우는 특수타자가 둘이 더있는데... 기세는 좋은데 실력은 그닥 좋지 못하다. 특히.. 키작은 타자는..좌투수를 잘쓰는 고수들에겐 1아웃의 제물이 될뿐이다.
스타디움 히어로가 나온 후 그 방식을 따라한 가정용 콘솔 야구게임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 코나미의 격돌! 페넌트레이스 1탄과 2탄은.. 백미라 할수 있다.
일본에 선동렬선수가 유명세를 떨쳤을 무렵..스타디움 히어로의 후속작인 스타디움히어로96이 출시되면서 선동렬선수를 모델로 게임포스터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팀 초상권때문이었는지, 실제 모델로 한 팀들은 전부 빠졌고, 뭔 알지도 못하는 팀들로 구성되어 몰입감이 떨어진데다가...
전작의 긴박감 넘치는 투타 대결의 손맛이 여기서는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처음 이 후속작을 보고 떨리는 마음에 플레이했던 이들의 혹평을 받으며 쓸쓸이 오락실에서 사라졌었던 슬픈전설이 있다.
국가별 대항전으로 정식 한글화까지 된 스타디움히어로 98도 나왔었는데... 역시나... 실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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