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포스힐러 2012. 3. 11. 20:26
반응형

열린 토론의 힘… "우린 금융위기도 피했다"
"투자할 회사의 미래가 아닌 과거를 보라···누군가 옆에서 '당신 미쳤냐'고 할 사람도 필요"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회장은 미국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마이더스의 손’이다. 1662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그는, 한번 돈을 손아귀에 쥐면 반드시 수익을 내고야 만다. 그는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나의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투자 원칙은 돈을 절대 잃지 않는 것” 이라며“40년간 이 일을 해왔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는커녕 그렇게 일이 즐거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2007년 6월 18일 저녁 6시쯤, 미국 뉴욕 파크애비뉴에 있는 방 35개짜리 시가 3000만달러(약 336억원)의 초호화 아파트. 전설적인 팝 가수 로드 스튜어트(Stewart)가 라이브 열창을 하는 가운데, 고급음식들이 밝은 조명 아래 번쩍거렸다. 아파트 입구에선 어린이 합창단이 손님을 일일이 맞이했다. 초청 인사들은 170㎝ 남짓한 키에 60세 생일을 맞은 한 남성 주위에 몰렸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 등도 함께했다.

300만달러를 들여 꾸민 이 생일파티의 주인공은 세계 최대 사모(私募)펀드회사인 블랙스톤(Blackstone)그룹의 창업자 겸 CEO인 스티븐 슈워츠먼(Schwarzman·65) 회장이다.

'월스트리트의 제왕' '금융계의 차르(czar·황제)'로 불리는 그는 힐튼호텔·닐슨 같은 미국 거대 기업은 물론 세계 곳곳의 알짜배기 상업부동산을 포함해 1662억달러(약 185조원)의 자산을 굴린다.

공식 개인재산만 47억달러로 미국 부자 순위 52위('포브스'지)에 올라 있다. 2008년에는 7억달러의 연봉으로 미국 CEO 연봉 1위를 차지했다. 그가 이끄는 블랙스톤 직원들의 1인당 평균 연간 보수는 81만달러로,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43만달러)의 2배에 달한다.

슈워츠먼 회장의 주업은 저(低)평가된 기업을 사들여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다음 이를 되팔아 이윤을 남기는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이다. 그는 2005년부터 만 2년 동안 11개의 기업을 인수했다. 인수하려는 기업이 제시한 매입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수십 차례에 걸쳐 매입가를 올려 결국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뚝심을 보였다. 세상은 그를 이렇게 평가했다.

"라이벌에게 고통을 가하고, 결국 라이벌을 제거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CEO."(월스트리트저널)

"항상 세상이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
서브프라임 사태 미리 내다보고 투자금 81% 팔아치워 기회 잡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그에게는 '악재'가 아니라 '호기(好機)'였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미리 내다본 그는 PEF 자금의 81%를 팔아치웠고 600억달러어치의 부동산 자산도 미리 매각하는 감각적 대응을 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거대 투자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경기침체의 늪으로 빠지는 와중에 막대한 현금을 챙긴 슈워츠먼 회장은 승자 자리를 굳혔다.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슈워츠먼 회장은 7일 Weekly BIZ와의 단독 인터뷰 자리에서 자신의 투자 원칙을 이렇게 정리했다.

"첫째는 돈을 잃으면 안 되고(Don't lose money!), 둘째도 돈을 잃으면 안 되며, 셋째도 돈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좋은 결과만 생긴다는 믿음을 상대에게 주며 절대 돈을 잃지 않습니다. 돈을 잃을 것 같은 '시나리오'는 절대 만들지 않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슈워츠먼 회장은 "나는 시가전이 아니라 전쟁을 원한다. 경쟁자를 발로 걷어차 버릴 생각뿐이다"고 했다. 그만큼 성공과 승리, 완벽에 대한 열망으로 똘똘 뭉쳐있다.

기업·부동산 등 1662억달러 자산 굴려
전세계 직원들이 매주 화상회의 실시간 정보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


그는 세계 최대 PEF회사로 성공한 비결과 관련, "'열린 대화'가 가장 중요하다. 회사 안에 어느 한 사람만 정보를 갖고 있고 공유가 되지 않으면 패망의 길로 간다"고 말했다. "우리는 매주 한 차례씩 임원진과 전 세계 직원들이 투자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피드백해주고 있다. 덕분에 수십 년째 사모펀드는 주식투자보다 평균 12%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고, 부동산에선 20년 동안 평균 17%의 수익률을 냈다."

슈워츠먼 회장은 "CEO는 한 손으로는 리스크(위험)를 없애고, 다른 한 손으로는 기회를 잡는 사람"이라며 "CEO는 좋은 인재를 골라야 하며 정직·탁월함·성실 세 개를 갖춘 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가 신은 구두는 뒷굽 일부가 닳아 있었고 그가 찬 시계나 양복도 비교적 낡은 평범한 차림이었다. 동네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었다. Weekly BIZ가 지난 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슈워츠먼 회장을 만났다.

슈워츠먼 회장은 월가의 소문난 일벌레다. 만 65세인데도 그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지금도 나는 매일 최소 14시간은 일한다.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밤 12시~1시에 취침한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성공에 대한 강한 열정(powerful drive for success)과 추진력, 행운(luck)이 중요하다. 덕분에 지금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4~5년 전까지 그의 기상 시간은 오전 4시 30분~5시였다. 이런 노력과 근성은 예일대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을 거쳐 리먼브라더스에 입사한 그가 6년 만인 1978년 파트너로 승진하고, 1985년 대선배인 피터 피터슨(Peterson)과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의 종자돈을 갖고 블랙스톤을 창업해 세계적 거물이 된 '비결'이다.

"창업 초기 아무도 우리를 몰랐다. 나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 당신의 많은 재산 중 일부만을 투자해달라'고 400여명에게 투자를 권유하며 설득했지만, 겨우 16명만 투자를 했다. 그래도 절대 지치지 않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일본 닛코(日興)증권을 비롯해 푸르덴셜보험, GE의 연금펀드가 첫 고객으로 확보됐다. 1990년대 들어서는 유럽과 미국 동부의 유명 호텔 체인과 부동산을 거침없이 삼켰다. 2004년엔 글로벌 자동차부품회사인 'TRW 오토모티브'를 47억달러에 인수했다. 그해 사모펀드로서 가장 큰 거래규모였다. 그는 100여개의 기업 인수전에 참여했다. 2007년에는 사모펀드 업계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슈워츠먼 회장은 보유 주식 일부를 팔아 25억5720만달러의 현금을 챙겼다. 그는 "요즘 기업들에 '우리에게 투자하라'며 투자 실적을 내밀면 '지금 당장 하겠다!'는 답변을 듣는다"고 했다.

손실 없이 승승장구하는 비결?
소유한 72개 기업의 직원만 70만명
그들이 나누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다른 회사에 대한 투자 정보로 활용

성공적인 투자법, 주변에 '미쳤다'고 반대하는 사람 있어야

―투자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이 있다면?

"절대 돈을 잃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투자할 회사의 매력이 무엇인가'뿐 아니라 '그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깊이 고민해야 한다. 미래를 보지 말고 과거를 봐야 한다. 위험을 회피(risk averse)하며 돈을 잘 벌 수 있는 시나리오를 여러 개 만들어놔야 한다. 누군가는 옆에서 '당신의 행동은 미친 짓이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손실을 거의 내지 않고 승승장구하는데.

"우리가 투자해 소유한 72개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만 70여만명이다. 우리는 여기서 얻는 방대한 정보를 다른 회사에 대한 투자정보로 쓴다. 매주 월요일 뉴욕·런던·홍콩 등 세계 곳곳에 있는 사업본부와 화상회의(video conference)를 연다. 사모펀드·헤지펀드·부동산 등 4개 사업부문마다 1~2시간씩 진행한다. 같은 회사라도 지역특성, 경제적 환경에 따라 투자방식이 달라, 어느 지역 회사의 투자 리스크가 다른 지역의 동종 기업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거품'을 솎아내고 과감하게 돈을 써야 할지 결정한다. 이 모임은 굉장히 민첩(snappy)하다. 쏟아지는 질문과 답변을 보면 꼭 대학 강의실 같다. 이런 솔직한 대화가 가장 큰 힘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자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사태도 토론으로 예견했나.

"전 직원이 긴장하고 있었다. 투자상품의 가격은 점점 오르고 '데드 머니(dead money·가치상승이나 수익에 대한 기대 없이 투자된 돈)가 나돌고 있었다. 그때 '다른 것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누군가 했고, 나는 '충분히 벌 만큼 벌었다'며 주요 자산 매각을 결정했다. 상관이 나를 아껴 핵심 업무를 맡겼기 때문에, 계속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식의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부자의 사회적 책임
미국인 절반이 소득세 안 내
세금의 공정성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분담하고
부유층은 더 많이 내야


"지금의 성공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

슈워츠먼 회장은 종종 '탐욕스러운 CEO'의 대명사로 비판받는다. 그는 2010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세금인상 계획에 대해 "히틀러의 침공과 똑같다"며 "국내총생산(GDP)의 10%(약 1조5000억달러)가 재정 적자인데 부자들에게 세금 더 걷는다고 메워지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7일 조선일보가 주최한 '제3회 아시아 리더십 콘퍼런스'에서는 완화된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인의 절반이 소득세를 내고 있지 않다(슈워츠먼 회장은 매년 50%가 넘는 소득세를 납부한다). 공정성을 위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분담해야 하며 부유층은 그 가운데서 더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 뉴욕공공도서관 확장에 1억달러를 내는 등 기부에 적극적인데.

"어렸을 때 할아버지로부터 기부가 우리 가족의 핵심 가치라고 교육받으며 자랐다. 지금의 성공이 나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나는 매년 200명의 저소득층 자녀를 학교에 무료로 보내주고 있고, 신문을 보다가 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이 있으면 소문내지 않고 즉각 돕는다.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지만 매년 최소 100만~200만달러 이상씩 기부한다. 지금도 대형 자선 프로젝트를 비밀리에 준비 중이다."

"젊은 세대는 성장가능성 있는 분야를 선점하라"

―좌절에 빠져 있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첫째, 지식기반 사회인 만큼 최대한 교육을 많이 받아야 한다. 둘째 성장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선점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돼야 한다. 셋째, 확실히 '훈련' 받았는지 검증받아라. 지식만 많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회가 돌아가는 룰(rule)을 알아야 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돈 또는 사랑?

"(한참 생각하다가) 모두 아니다. 매일을 행복한 날(great day)로 만드는 것이다. 하루하루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해 사는 거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텐데, 은퇴 계획은?

"글쎄, 요즘 스스로 더 젊어진 것 같다. 한 30세쯤?(웃음) 은퇴 생각은 없다. 40년 넘게 이 일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 일이 즐겁다. 끝없이 많은 일은 나를 지적으로 흥분시킨다. 활발한 갈망과 호기심이 있고 적극성만 있다면 이렇게 바쁜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원문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09/2012030901368.html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