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포스힐러 2012. 3. 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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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주소 :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18/2012031801118.html

-방사능 공포에 인기 햄버거 프랜차이즈 '모스버거' 매출 뚝
-화장법은 눈매 강조한 펄화장에서 내츄럴한 피부표현 중심으로 변화

지난 1일 오전 7시 30분 일본 도쿄(東京)도 신주쿠(新宿)구 니시신주쿠(西新宿)의 호텔 34층. 컵 속의 수면이 어지럽게 흔들리더니 창틀이 달그락했다.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 몸이 휘청했다.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진동이 느껴졌다. TV에선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 앞바다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계속된 여진으로 도쿄에는 균일가 생활용품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시부야의 3코인스(왼쪽)과 하라주쿠의 390엔샵 전경
◆ 동일본 대지진 1년, “지진은 진행 중”

규모 9.0 사상 초유의 강진으로 1만 5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1년 후 도쿄. 호텔에서 느낀 지진처럼 도쿄는 계속되는 여진과 제한 전력 공급 등 지진 후유증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달라진 일상 때문일까. 번화가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쇼핑부터 술자리 매너, 화장법까지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도쿄 시부야 거리. 궂은 날씨와 이른 시간 탓에 한산한 화장품 가게와 옷가게와 달리 ‘3 COINS’라는 상호의 생활용품 샵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곳은 모든 생활용품을 333엔(한화 4500원)에 판매한다.

매장에서 만는 일본인 여성은 “균일가 전문점은 가격도 저렴하고, 고르는 재미가 있다”면서 “깨져도 아깝지 않은 제품들 위주로 많이 산다”고 귀띔했다. 지진으로 생활용품이 부서지는 등 못쓰게 되는 일이 빈번해 지면서 ‘깨져도 아깝지 않은 것’을 소비하는 경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가구전문점 니토리의 생활용품. 1인용으로 저렴하게 만든 주방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오다이바의 가구전문점 니토리(ニトリ)에서는 2000엔 이하의 저렴한 식기와 주방용품의 인기가 높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유럽의 100엔샵’이라고 불리는 덴마크 타이거도 최근 일본에 진출했다.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공포도 컸다. 인기 패스트푸드브랜드 ‘모스버거’는 후쿠시마에 제조공장이 있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발걸음을 돌리면서 지난해 매출이 예년대비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일본에서 손님을 잃은 모스버거는 손님을 찾아 3월 중 한국에 매장을 연다. 식품에 대해서는 일본산에 대한 불안감 커지면서 예전에는 거들떠보지 않았던 한국이나 중국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 일본人 "인생은 한번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

지진으로 주변인의 죽음을 봐야 했던 만큼 ‘일생은 한 번뿐인 만큼 즐기자’는 상반된 모습도 있었다. 일정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신주쿠에 향하자 선술집에서 고급술집까지 불야성을 이뤘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의기소침했을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술집은 노래를 부르고, 큰 소리로 떠드는 직장인과 휘청거리는 젊은이들로 넘쳤다. 도쿄를 찾을 때마다 봐 왔던 ‘자정 전에 귀가하는 바른 생활 일본인’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일생은 한 번뿐인 만큼 즐기자’는 풍조가 퍼지면서 도쿄 신주쿠의 선술집 거리는 새벽녘까지 일상을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불야성을 이뤘다.

일본의 한 연구소는 지진 후에 장기 대출 등 큰돈을 들여야 하는 것보다 매일의 소비를 즐기는 일상적 소비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시장은 지진으로 인해서 고층아파트에 대한 인기가 급감했다. 자동차를 포기하는 사람도 늘었다. 드럭스토어에서 1000엔 이하의 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일본 여성들의 화장 스타일도 많이 변했다. 지진 이전에는 펄을 이용한 ‘반짝반짝’한 화장이 유행했다면, 지진 이후에는 ‘건강’과 ‘자연스러움’이 유행이다. 여성조류연구소(女性潮流?究所)는 ‘2012년 여성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진 이후 이웃과의 유대의식이 높아지면서 과거 ‘자기중심적’이었던 여성들의 심리가 ‘사회성’을 지향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연애는 과거에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자는 의식에서 결혼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사고에 대처하는 ‘예방 제품’을 찾는 일본인들도 눈에 띄었다. 도쿄 시부야의 대형 잡화점인 돈키호테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20만엔을 주고 8㎏짜리 휴대용 전원을 샀다”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해 시작한 계획정전이 올해도 계속되는 데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지진을 계기로 비상식량 비축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미샤 신주쿠 루미네점 개점식을 찾은 인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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