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포스힐러 2019. 3. 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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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애니메이션을 본것은 2004년쯤으로 기억한다. 

이 작품이 나온것이 2002년이니, 2년이나 지나서 본것인데, SF애니메이션을 한때 좋아했지만 잦은 망작들의 출현으로 SF에 실망을 느끼고 피곤해할 즈음. 누군가의 추천으로 보게 된 작품이 바로 이 "별의 목소리"였다.




사실 작화수준은 그닥 좋은 상태는 아니었다. 지금 와서 보면 프로의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정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에 강한 인상을 받은 이유는



짠~ 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선명한 색감과 거침없이 써대는 투과광들의 향연이었다.

참으로 표현이 적당한 것이 없을정도로.. 당시로서는 눈에 띌정도의 선명한 색감이 인상적인 애니메이션인지라, 왜인지 이유도 모르고 그 색감에 빠져 끝까지 보게 되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작품이 100% 1인 작업에, 셀화 하나 없이 디지털로 제작된 것임을 알고 적쟎게 놀랐던 기억이 있다.


"대체 누구야? 이런 말도 안되는 1인작업을 한 사람이?"

부랴부랴 찾아본 필자가 알아낸 그이름은 바로...



그랬다. 2016년 공전의 히트를 한 "너의 이름은" 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 였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던가...  필자는 이 말도 안되는 1인 작품을 만들어낸 이 사람이 뭔가 나중에 크게 일 내겠구나 싶었었다.

그도 그럴것이... 애니메이션은 철저히 공동작업이 기본인 종합물이다.

시나리오, 레이아웃, 원화, 동화, 연출, 촬영 ....   이런 여러 작업을 한명이 다한다는 것은 사실상 발상 자체가 어려운 일인것으로, 학생들 졸업작품에서나 원맨쇼 작품이 가능한것이지 이런 상업용 애니메이션에서 1인이 올마스터하는 작품은 필자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바로 이사람... 신카이 마코토


이 작품을 보고 난 후부터 필자는 하나의 꿈을 꾸게 되었다. 

내가 구상한 작품을 꼭 막대한 자본력과 시간과 스폰서들의 이해타산과 싸우지 않고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이다.

그런 발상의 전환을 하게 해준 프런티어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이거.... 어쩌다 작품이나 음악 소개가 아닌, 감독의 소개가 되어버린 느낌인데... ㅎㅎ



작품의 내용은 한 소년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표현하기엔 참 무리가 많다. 그 흔한 러브씬 하나 제대로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특이한건, 보면서 충분히 둘 사이의 짠하고 애틋한 감정이 느껴진다는것이다.


화성탐사 우주군에 들어가게 된 소녀 미카코와 지구에서 먼 우주의 그녀를 바라보는 소년 노보루의 이루어지지않는 사랑 이야기랄까?



'지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미카코가 노보루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도착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딱... 이 단순한 컨셉 하나를 가지고 지루하지않게 끌어가는 연출력이라니... 하기사... 런닝타임이 그리 길진 않기도 하다. ㅎㅎ

사실 내용적으로는 저 한줄짜리 컨셉이 전부라 할수 있다. 

지구에서 멀어질수록 향수를 느끼는 미카코, 그런 미카코의 메시지가 오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것을 느끼며 우주군에 지원하는 노보루..



미카코가 우주에 가기 전 노보루의 자전거를 함께 타고 등하교를 하는 모습인데, 이때의 신호등을 잘 보기 바란다.  파란색.... 컨디션 그린


미카코가 우주로 떠난 후 기차 건널목의 신호등... 빨간색... 컨디션 레드..

이것이 그 둘 사이의 컨디션을 나타내주는 표현인데, 신카이 마코토는 유독 이런 주변 환경들을 가지고 사람의 상태를 대변하는 씬을 자주 쓰는것같다.


우주에 나가서 미카코가 그리워하는것은 사실 별것도 아닌 일상에서 흔히 보고 겪는 것들이다.


노보루군. 그리운 것이 너무 많아. 여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거든. 예를 들면 말야, 여름을 동반한 시원한 비라든가, 가을 바람의 내음, 우산에 떨어지는 빗방울, 봄 흙의 부드러움이라든지 한밤중의 편의점의 평온한 분위기……그리고 말야, 방과 후의 서늘한 공기, 칠판 지우개의 냄새와 한밤중의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와 소나기 내리는 아스팔트의 냄새 같은 것들이 말이야


이 장면을 보면서 필자는 사실 

"아니 이렇게 될줄 모르고 우주에 나간다고 덥썩 지원한건가? 이런 철없기는...."

이렇게 생각했으나... 뭐... 충분히 안쓰러움을 전달받기는 했으니... 신카이 마코토는 흐뭇해했지않았을까? 참으로 멋진일 아닌가말이다. 내가 생각하고 구상한 의도를 전세계의 얼굴도 못본 사람들이 봐주고 공감해주고 그들나름대로 재해석해준다는것이...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언젠가 필자도 이런 컨텐츠를 만들어 세상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그놈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그책에서 읽은, 본인이 좋아하는 일 하려면 아마추어로 하던가, 돈을 벌어 본인이 좋아하는 일에 투자하던가 하라고 한 말때문에 지금껏 돈을 버는일을 하고 있지만... (아 근데 그 책 쓴 작가가 모범을 안보여주고 탈세혐의라니... -_-;) 


언젠가 내가 만들 작품을 누군가가 이렇게 자기가 보고 느낀대로 자유롭게 포스팅할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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