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포스힐러 2011. 7. 3. 09:13
반응형

금요일
퇴근시간이다!
때르릉~ 전화
받을까 말까?
여보세요?
-자료 보냈습니다. 월요일 아침까지 되죠?
'아 이사람아, 그럼 나보고 주말 내내 일하란 소린가?'
-아침 출근해서 바로 보고해야 하니 주말에라도 완성되면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아 이런 점입가경 설상가상 사면초가인 사람을 봤나!'
아~네~ 염려마세요~
'단골거래처만 아니었다면 그냥...ㅜㅜ'
퇴근 포기
텅빈 사무실
혼자 먹는 컵라면
철야
의자에서 졸기
마우스 클릭의 후유증
새끼손가락 마비
세수? 물뭍히기?
뿌연 눈 비비기
다시오는 전화
- 다됐나요?
'아 이사람아 어제 저녁에 일 맡기고 지금시간에 뭘 바라나'
아, 네 좀 더 하면 초안 보여드릴 수 있겠네요.
- 빨리좀 해주세요. 저 저녁엔 약속있어서 확인 못해요
'당신이 자고, 친구 만나 놀고 있을동안 남에게 일 시키면서 뭘 그리 바라는게 많나 이사람아'
아, 네,네, 최대한 맞춰보겠습니다.
철컥
담배도 안피우는데 이런때는 왠지 담배 한대 피우고 싶다.
시안 1개 완성
맘에 안들어
에이
시간 없어 그냥가
시안 2개 완성
뭐 그럭저럭
에라, 3번째는 예의상 숫자만 맞추자 (시안은 대개 3종이 나가지요.)
어차피 안 골라질거
프리하게
내맘대로 쓱쓱
제약? 그런거 몰라
손가는대로 하는거야
디자인 한구석에
담당자 이름도 숨겨놓고
'홍길동 바보'
너무 글씨가 큰가?
포인트 줄여야지
이런 소심한 복수에 위안받는
그런게
디자이너
- 다됐나요?
네, 한번 보시죠
- 음...
'1,2번중 하나 골라라. 예의상 3개는 했다만...'
- 3번 좋네요. 대신 텍스트는 1번게 좋아요
'아, 나원...참...'
네, 그럼 수정해서 바로 다시 보내드릴께요
- 저는 이제 나가봐야되서 확인 못하니 월요일 아침까지 보내주세요
'아 이사람아, 이럴거면 주말에 느긋하게 작업하게 놔두지 ㅜㅜ'
풀리는 긴장
커피믹스
쌓이는 종이컵
바깥은 어둑어둑
메일전송을 마쳤습니다.
끝이다!
소파
나를 반기는 녀석
양을 세라? 별을 세라?
그게 뭔가?
쓰러지면 자는데
불면증이 대체 뭔지 알고 싶다.
월요일
점심
오늘은 뭘 먹을까
풍요속의 빈곤
음식집은 많은데
막상 먹을집이 없다
때르릉~ 전화
- 통과 됐습니다. 근데 요거 몇개만 수정해주세요
'다행이다'
- 수고하셨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눈녹듯 녹는 마음
밤을 새도
밥도 못먹어도
못 놀아도
쉬지 못해도
잠을 못자도
수고했습니다. 마음에 들어요
한마디에
모든걸 보상받는
그것이
디자이너

자... 오늘도 밀린일 시작해볼까


디자인 일 하면서... 느낀점들 늘어놓아봤습니다. 사실, 깨작깨작 이런글 모음을 일기처럼 쓰고 있죠.
또 아나요 이런거 모여서 책하나 쓸지? ㅎㅎㅎ 언제 완성될지 모르겠지만.. ㅋ

반응형